신태환

추리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들을 모아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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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또한 마찬가지로... 2010년 전후

그러니까 지금보다 카페나 개인 홈페이지가 많았던 시절의 이야기의 이야기입니다.

최초 발생지는 아마도지만... 베이카 거리의 다음 카페로 추정됩니다.

...

 

맞습니다.

이건 고대의 자료에 대해서 그 당시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던걸 이제 과학적으로 반박하는 시간이죠.

하지만 저는 그 때 이런 상상력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경의를 표합니다.

이런 상상력들이 모이고 모여 전혀 새로은 발명품이나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니까 말이죠.

 

 


『위 소화물 트릭』

위펌프로 사체의 위나 장에 남아 있는 미소화물을 빨아내고 그 대신에 다른 음식물을 주입해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먹은 요리와 그 식후 경과 시간을  속이는 트릭이 있다. 위 펌프로 미소화물을 교환하지 않고 매우 간단히 식후 경과시간을 속이는 트릭도 있다. 예를들면, 오후 7시에 초밥을 먹은 남자가 1시간 뒤에 살해 당한다. 그 피해 시각 8시에 범인은 초밥 주문을 해서 그것을 피해자가 먹은 것 같이 위장하면 사체의 위속에는 식후 1시간 지난 초밥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사망 추정 시각은 오후 8시가 된다. 이 1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범인은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위에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다듬으면 이렇게 됩니다.

위 소화물 트릭은, 사망자의 위나 장에 남은 음식물을 조작해 사망 시각을 속이기 위한 수법입니다.

 

범인은 위 펌프 등 도구를 이용해 사체의 위 속에 남은 소화물(미소화물)을 제거한 뒤,

그 자리에 다른 음식물을 주입합니다.

이렇게 하면 피해자가 마치 그 음식을 마지막으로 먹은 것처럼 위장할 수 있어,

소화 정도를 기준으로 한 사망 추정 시각을 흐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피해자가 오후 7시에 초밥을 먹고 1시간 뒤인 8시에 살해당했다고 가정합시다.

범인은 사망 시각인 오후 8시에 동일한 초밥을 주문하여,

그것이 피해자가 먹은 것처럼 위장합니다.

 

그러면 부검 시점에서 위 속에는 식후 1시간이 지난 초밥이 남아 있게 되어,

사망 시각이 실제보다 늦은 오후 8시인 것처럼 오해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인 시간 차 조작을 통해, 범인은 그 1시간 동안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 이 트릭의 핵심입니다.

 

 

어떻게 이런식으로 내용을 창조해낼 수 있냐고요?

 

그건 제가 소설가이기 때문이죠.

그럼 이제부터.... 위 소화물 트릭이 과학적으로 왜 말이 되지 않는지를 작성하겠습니다.

 

 


1. 위 내용물 제거 및 주입의 비현실성

첫번째로 해부학적 난이도가 높다는 겁니다.

난관 중 하나는 사체에서 위 내용물을 빼내고 다른 물질을 주입하는 과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나 소설에서처럼 의료용 펌프나 관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위 세척을 위한 관 삽입은 숙련된 의료진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며,  

특히 사체는 위 입구가 자연스럽게 열려 있지 않고 근육 긴장이 사라지면서 위문이 수축하거나 폐쇄될 수 있어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다.

 

 

또한 강제로 관을 삽입하거나 내용물을 배출하려 할 경우, 식도나 위 입구 등 주변 조직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손상은 법의학 검시 과정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 '위 내용물에 손을 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죠.

 

손상이 무슨 대수냐라고 할 수 있는데, 손상이 생기면 법의학자는 우선 축배부터 들겁니다.

위까지 건드렸다고 하는건 보통일이 아니니까요.

 

 

 

2. 다른 음식물을 넣는다’? 그 자체가 결정적 단서

설령 첫 번째 단계를 넘겼다고 합시다. 아주 성공적으로 음식을 빼내었습니다.

그럼 이제 다른 음식을 집어 넣을 차례입니다.

 

하지만 소화정도를 맞춘다는 것 자체에 난관을 부딪치게 됩니다.

사망 직전 음식물은 위산과 효소에 노출되어 부분적으로 분해되어 있습니다.

. 음식물의 점도, 섬유질의 상태, 단백질 분해 정도까지 모두 미세하게 차이가 납니다.

 

실제 법의학 감정에서는 씹힌 상태”, “침과 섞인 정도”, “위액 침투 정도등을 정밀히 분석합니다.

 

범인이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사망자와 동일한 음식을 동일한 방식으로 씹고,

침과 섞은 뒤 일정 시간 동안 위산과 효소 환경에 노출시키는 실험실 작업을 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엄청난 정밀 실험을 요구하는 사기급 범죄에 해당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빼는 과정도 외상이 남지만, 주입 과정 자체가 외상으로 납게 됩니다.

음식물 주입은 위·식도·인두·기도 모두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과정중 점막이 찢기거나, 점액이 비정상적으로 오염이 되게 됩니다.

법의학자는 시신 부검 시 이물 삽입, 외부 손상, 위 점막의 압박 흔적 등을 즉각적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이것이 오히려 위 내용물에 손을 대었던 흔적으로 눈치를 채는 순간 오히려 범인을 특정시킬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나게 됩니다.

 

 

 

어라.... 아직도 포기 안하셨군요.

병원에서 쓰는 펌프가 아니라 자동자 기름 펌프라면 어떻냐고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자동차 기름 펌프라는 희망도 제가 반박하겠습니다.

 

✅ 기름 펌프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아주 원론적으로는, 가능하긴 합니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위 세척(위 펌핑)*을 위해 관을 넣고 내용물을 빼내기는 합시다.

(살아 있는 사람 기준이지만, 사망 직후 시체도 위 내용물이 물처럼 액상이라면 빨아낼 수는 있음)

 

근데 문제는, 사망자의 경우엔 난관이 정말 가득합니다.

위 입구(유문괄약근)과 식도괄약근이 긴장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닫히는 경향이 있으며 펌프를 넣는 순간 물리적 저항이 아주 심해집니다.

 

위 속 내용물은 액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섬유질 덩어리, 점도 있는 음식물은 펌프로 빨아내는 게 훨씬 어렵지.

 

무엇보다 기름 펌프는 기름처럼 ‘균일한 점도’인 액체에 최적화돼 있지, 이물과 섞인 소화물에는 부적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름 펌프는 위 내용물 전체를 깔끔하게 빼내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걸 무시하고 진행하면 위 안쪽 벽면이나 장기 표면에 묻은 잔여물은 거의 무조건 남게 됩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긴 한데....

완전히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일부만 제거하면 조작이 들통나기 쉬다.”고 결론이 납니다. 

 

 

3. 법의학자는 위 내용물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점은 법의학에서 사망 시각을 위 내용물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법의학자들은 사망 시각을 추정할 때 위 내용물 상태 외에도 다음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1. 체온 하강 곡선: 사체의 체온 변화

2. 시체 경직: 사후 근육이 굳는 현상

3. 시반(死斑)의 분포: 혈액이 중력에 의해 몰려 생기는 반점

4. 안구 건조 및 각막 혼탁: 눈의 변화

5. 장 운동 상태 및 소화관 잔류물의 하행 정도: 소화기관 전반의 상태

결론 : 위만 조작해서는 사망 시각을 속일 수 없음

 

, 위 내용물만 교묘하게 조작했다 하더라도 다른 수많은 신체 변화들이 실제 사망 시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망 시각 추정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위 내용물이 조작되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이는 범인의 조작 시도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이 트릭의 단계적 결론

단계

내용

현실성

1단계

위 내용물 제거

매우 어려움 (물리적 저항 + 손상 위험)

2단계

음식물 삽입

외상 + 메타데이터 남음

3단계

소화 정도 조작

실험실 수준 정밀도 필요

4단계

법의학 회피

불가능에 가까움

 

어떻게 하던지 간에 범인에게 치명적인 단서를 남기기 때문에 오히려... 경찰이나 법의학자는 축배를 부를 정도로 증거가 차고 넘치게 됩니다.

 

 

 


참고: 왜 이 트릭이 소설에서는 사용될까?

 

이런 트릭이 소설에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잘 모르는 경우입니다법의학 절차를 깊게 조사하지 않고, 이 설정만 흥미로워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겁니다.

두 번째로 기이한 사건 연출 목적인 경우입니다. 트릭의 성공 여부보다, 그것을 시도한 흔적이 서사의 반전으로 쓰일 때

예를 들어, “위 내용물이 조작된 흔적이 있다 범인이 사건 이후 시체를 조작했다라는 식으로 서사 전환에 활용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기이한 사건 연출그 자체이거나 혹은 그 범인의 표식으로 사용 된다라고 하면 어느정도 연출이 가능합니다.

이게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난이도에 비해 범인이 너무 쉽게 특정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일이 실제로 발생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글쎄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오로지 저의 추측에 의하면 무조건 전 세계에 보도가 될겁니다. 아마도 말이죠...

 

 


마치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트릭을 처음 상상해낸 사람에게 저는 경의를 표합니다.

비현실적이고 허점이 많다고 해도, 이런 발상 하나에서 이야기가 자라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하니까요.

 

『위 소화물 트릭』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바로 그 불가능함 덕분에 ‘범인이 저지른 기묘한 시도’라는 설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 가능한가’보다, ‘무엇을 계기로 이야기가 흘러가느냐’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저는 단순한 트릭 비판을 넘어, 한 편의 서사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상상력을 남겨준, 과거의 창작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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