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심리학

거짓말 탐지 및 진술 분석

by 신태환 posted Jun 26, 202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개요

본 장은 인간의 기억과 진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법정심리학이 제시하는 '과학적 검증 도구''표준화된 수사 절차'를 다룹니다. 주관적 직관에 의존하던 과거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지표와 정량적 분석을 통해 진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오판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실무적 방법론을 기재합니다.

 

 


진술평가 방법

1. SVA(Statement Validity Assessment)CBCA

SVA는 진술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포괄적인 절차이며, CBCA는 그 안에 포함된 핵심 분석 도구입니다.

 

준거 기반 진술 분석(CBCA)

핵심 원리 : "기억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출되는 것이다." 실제 경험은 감각적 정보(냄새, 소리)와 비논리적 흐름을 포함하지만, 꾸며낸 이야기는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정돈된 경향이 있습니다.

핵심 평가 준거(19개 중 주요 내용):

구체적 상세함: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세부 묘사나 맥락적 배경이 풍부함.

심리 상태의 묘사: 사건 당시 피의자나 피해자의 감정 상태에 대한 주관적 서술.

자발적 수정: 진술 도중 ",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네요"라고 스스로 정정하는 모습.

기억 결함 시인: "그 부분은 너무 당황해서 기억이 안 납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함. (거짓 진술자는 완벽해 보이려 하기에 이런 말을 피함)

 

생리적 및 행동적 분석

- 폴리그래프(Polygraph)

호흡, 혈압, 맥박, 전기 피부 반응을 측정합니다. 거짓말 그 자체가 아니라 '검사 질문에 대한 불안'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결백하지만 심하게 긴장한 피의자가 유죄로 판정되는 '오류(False Positive)'의 위험이 상존합니다.

- 미세 표정(Micro-expression): 인간이 감정을 억제할 때 0.04~0.2초 사이로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무의식적인 표정 변화입니다. 7가지 보편적 감정(분노, 혐오, 공포 등)을 분석하여 진술과 감정의 불일치를 찾아냅니다.

-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 거짓말은 '진실 억제 + 가짜 시나리오 구성 + 수사관 반응 모니터링'이라는 복잡한 인지 과정을 요구합니다. 이 과부하 상태를 유도하여(: 사건을 시간 역순으로 말하게 함) 진술의 모순을 드러나게 합니다.

 

 


2. 수사 면담 기법 (Investigative Interviewing)

과거의 고압적인 '취조'에서 벗어나, 정보의 양과 질을 극대화하는 '면담'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다룹니다.

 

1 인지 면담 (Cognitive Interview, CI)

목격자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왜곡하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인출을 돕는 기법입니다.

① 맥락 복원 (Context Reinstatement): 사건 당시의 주변 환경, 날씨, 본인의 감정 등을 먼저 떠올리게 하여 기억의 고리를 연결합니다.

② 모든 세부사항 보고 (Report Everything): 사소하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정보라도 모두 말하도록 장려합니다.

③ 순서 변경 (Change Order): 사건을 끝에서부터 거꾸로 회상하게 하여, 이야기의 논리적 구조에 의존한 오기억을 방지합니다.

④ 관점 변경 (Change Perspective): "범인의 위치에서 본다면 무엇이 보였을까요?"와 같이 다른 위치에서의 시각을 유도합니다.

 

2. 레이드 기법 (Reid Technique): 양날의 검

미국의 존 레이드(John E. Reid)가 고안한 이 기법은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수사 기관의 표준이 되었으나, 최근에는 '허위 자백 제조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레이드 기법의 9단계 핵심 전략

이 기법은 크게 '직면''합리화'라는 두 축으로 움직입니다.  

직접적인 대면 (Positive Confrontation): "우리는 네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단언하며 시작합니다.

테마 개발 (Theme Development): 범행의 이유를 피의자 탓이 아닌 상황 탓으로 돌려줍니다. (: "그럴만했어, 상대가 먼저 시비 걸었지?")

부인 차단 (Handling Denials): 피의자가 "난 안 했다"라고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습니다. 말을 끊고 유죄를 전제한 대화만 이어갑니다.

반론 극복 (Overcoming Objections): 피의자가 논리적인 근거를 대면, 수사관은 이를 무시하고 다시 '테마'로 돌아갑니다.

주의 집중 (Procurement of Attention):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신체적 거리를 좁혀 압박합니다.

수동적 상태 유도 (Handling Passive Mood): 피의자가 울거나 포기 상태가 되면 동정심을 보이며 자백을 독려합니다.

대안 질문 (Alternative Questions): 가장 위험한 단계입니다. "계획적으로 죽였나, 아니면 우발적이었나?"라고 묻습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든 유죄를 인정하게 만드는 함정입니다.

상세 진술 (Oral Confession): 범행 과정을 자세히 말하게 합니다.

조서 작성 (Written Confession): 서면으로 남깁니다.

 

레이드 기법이 위험한 이유 (심리학적 비판)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수사관은 피의자가 유죄라고 믿는 순간부터 그의 모든 행동(땀 흘림, 눈 피함 등)을 거짓말의 증거로 해석합니다.

거짓 증거의 힘: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무고한 사람도 "네가 버튼을 누르는 걸 봤다"는 가짜 증언을 들으면 본인이 잘못했다고 믿고 자백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대안의 부재: 최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레이드 기법 대신, 정보를 얻는 데 집중하는 PEACE 모델(협력적 인터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3. PEACE 모델

영국에서 시작된 비강압적 면담 모델로, 전 세계 현대 수사의 표준입니다.

P (Preparation and Planning): 준비와 계획

면담의 성패가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수사관은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분석을 수행합니다.

증거 검토: 현재 확보된 물적 증거와 참고인 진술을 완벽히 숙지합니다.

면담 목표 설정: 이번 면담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정보가 무엇인지 정의합니다.

피의자 특성 파악: 피의자의 연령, 지적 수준, 문화적 배경, 정신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질문의 수위를 조절합니다.

E (Engage and Explain): 라포 형성 및 절차 설명

피의자와 수사관 사이의 심리적 벽을 허물고 대화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라포(Rapport) 형성: 일상적인 대화로 긴장을 완화합니다. 수사관이 권위적이지 않을 때 피의자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심리학적 근거를 활용합니다.

규칙 설명: 면담의 목적과 절차를 설명하고, 피의자가 가진 권리(묵비권, 변호인 조력권 등)를 명확히 고지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압박 대신 "아는 것을 최대한 자세히 말해달라"는 협력을 요청합니다.

A (Account, Clarification and Challenge): 진술 청취, 명료화 및 반박

면담의 본론으로, 피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쏟아내게 만드는 단계입니다.

자유 회상 (Account): 수사관의 개입 없이 피의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말하게 둡니다. 이때 수사관은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합니다.

명료화 (Clarification): 자유 회상이 끝나면 개방형 질문("그때 상황을 더 자세히 묘사해주겠나?")을 통해 모호한 부분을 구체화합니다.

반박/도전 (Challenge): 피의자의 진술이 기존 증거와 불일치할 때 비로소 증거를 제시하며 모순점을 지적합니다. 이때도 "왜 거짓말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말과 이 증거가 서로 다른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달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C (Closure): 종결

면담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향후 추가 면담이나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합니다.

요약: 피의자가 한 말을 수사관이 다시 요약하여 들려주고, 피의자가 확인하게 합니다.

기회 제공: 피의자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묻습니다.

향후 절차 안내: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설명하여 피의자의 불안감을 낮춥니다.

E (Evaluation): 평가

면담이 끝난 후 수사관 스스로 자신의 성과를 분석합니다.

정보 가치 평가: 새롭게 얻은 정보가 수사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합니다.

수사관 자기반성: 자신이 유도 질문을 하지는 않았는지, 라포형성은 적절했는지, PEACE 모델의 절차를 잘 준수했는지 평가하여 다음 면담의 질을 높입니다.

 

4. 목격자 식별 절차 (Eyewitness Identification)

목격자의 기억은 매우 깨지기 쉬워서 식별 절차의 공정성이 재판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라인업 구성 및 방식

들러리(Fillers) 배치: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유사한 사람들을 배치하여 목격자가 단순히 '가장 범인 같은 사람'을 고르는 오류를 막아야 합니다.

순차적 라인업 (Sequential Line-up): 후보자들을 한 명씩 차례로 보여줍니다. 목격자는 각 인물을 자신의 기억과 대조하는 '절대적 판단'을 하게 되어, 여러 명을 한꺼번에 보고 비교하는 '상대적 판단'보다 오인 확률이 낮습니다.

이중 맹검 (Double-blind Procedure)

면담을 진행하는 수사관도 누가 진짜 용의자인지 몰라야 합니다. 수사관이 용의자를 알고 있을 경우, 목격자가 용의자를 지목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시 한번 보세요"라고 말하는 등 무의식적인 '확인 편향'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디지털 및 매체 진술 분석 (Digital & Media Analysis)

기술의 발전으로 텍스트와 영상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술 분석 (SCAN )

언어적 단서: 거짓말쟁이는 자신을 사건에서 분리하려 합니다. ''라는 주어 사용이 줄고 수동태를 많이 쓰며, "결단코", "맹세코" 같은 불필요한 강조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용의 복잡성: 실제 경험은 시공간적 맥락이 구체적이지만, 지어낸 이야기는 인과관계에만 치중하여 문장 구조가 단순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장황할 수 있습니다.

영상 및 행동 분석

지연 시간 (Latency):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이 진실한 사람보다 깁니다(인지적 부하 때문).

자기 조절 행동 (Self-grooming):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입술을 만지거나, 옷을 털거나, 머리카락을 만지는 등의 행동이 급증하는지 관찰합니다.

비언어적 불일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공포에 질려 있는 등, 언어적 진술과 신체 반응이 어긋나는 지점을 포착합니다.

 

 


종합사항

과거에에는 수사의 대부분이 개인의 '촉'이나 취조를 통한 '자백(항복)'에 의존하였다면,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CBCA(진술평가)와, PEACE 모델 면담과 같은 인지면담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진술을 정량적·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사관 개인의 확증편향을 제어하고,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현대 사법기관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무고한 가해자를 구분해내기 위해서라도 '순도 높은 정보'를 추출하기 위하여 선택한 방법들입니다.

 

그 과학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지적 메커니즘의 활용하는 것인데,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면 ‘거짓말의 비용’을 높이는 것입니다.이는 거짓말 자체가 진실을 말할 때보다 훨씬 높은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나는 산책을 하며 걸어다녔다라고 진술을 하였다고 가정해봅시다. 정말 진실이라면 내가 돌아다니면서 어디로 다녔는지에 대하여 그대로 진술할 수 있습니다. 혹은 정말 예전부터 다녔던 길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거짓말로 산책을 하였다고 가정해봅시다. 오후 11시에 카드결제내역이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이 산책하는 산책경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치기 위해서 그 주변장소에 대하여 조사를 해야하지만, 단지 인터넷의 지도만 가지고는 현재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 뭐가 있었나요?'라고 하는 순간 무너지게 됩니다.

따라서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 유도나 전략적 증거 제시(SUE)는 피의자가 스스로의 모순에 직면하게 만듭니다. 억지로 입을 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가 구성한 가짜 시나리오가 객관적 데이터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대 면담의 핵심 전략입니다.

 

물론 현실 수사는 시간적 압박과 증거 멸실의 위험이 도사리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야생'에서 레이드기법을 사용하여 피의자를 압박하면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도 있지만 이 방법은 명확한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따라혀 현재 상태에서는 PEACE 모델과 같은 표준화된 절차를 병행하여 수사관이 길을 잃지 않게 수사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세부적인 기법들을 유연하게 적용하되, ① 이중 맹검(수사 진행자와 면담가의 분리)이나 ②순차적 라인업(용의자와 무관한 사람들을 한 명씩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 등과 같은 핵심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무고한 가해자를 방지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현대 심리학의 전제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라는 것이고, 법정심리학에서는 진술을 가변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SVA(진술평가)와 같은 다각적인 진술 분석과 과학적 면담 기법을 결합한다면, 안개 속에서 실체적 진실에 가장 근접한 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결국 현대 수사 심리학의 목표는 피의자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진실을 스스로 드러내게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출처

Steller, M., & Köhnken, G. (1989). Statement validity analysis. In D. C. Raskin (Ed.), Psychological methods in criminal investigation and evidence.

Vrij, A. (2008). Detecting lies and deceit: Pitfalls and opportunities. John Wiley & Sons.

Vrij, A., et al. (2011). Outsmarting the liars: Towards a cognitive lie detection approach.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Granhag, P. A., & Hartwig, M. (2015). The Strategic Use of Evidence (SUE) technique: A conceptual framework.

Fisher, R. P., & Geiselman, R. E. (1992). Memory-enhancing techniques for investigative interviewing: The cognitive interview.

Milne, R., & Bull, R. (1999). Investigative interviewing: Psychology and practice.

Wells, G. L., et al. (1998). Eyewitness identification procedures: Recommendations for lineups and photospreads. Law and Human Behavior.

Steblay, N. M., et al. (2011). Eyewitness identification reform: The sequential lineup solution with checklist.

Ekman, P. (2003). Emotions revealed: Recognizing faces and feelings to improve communication and emotional life.

Sapir, A. (1987). The LSI course on scientific content analysis (SCAN).


⚠️ 면책 조항

본 자료는 문학 창작 및 학술 연구를 위한 참고 자료로만 활용되어야 하며, 어떠한 의료적, 법률적 조언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자료에 포함된 내용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범죄 행위를 조장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또한, 특정 인물의 정신 상태를 진단하거나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자료를 읽고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위험하거나 불안한 생각이 든다면, 즉시 이 문서를 닫고 보건소나 병원 등 전문 기관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자료를 참고하여 발생한 모든 법적·윤리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실행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