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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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심리학
2026.05.30 00:49

증거와 진술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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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이 장은 사건이 법정으로 가기 전, '진술''증거'의 가치를 판단하는 단계를 다룹니다. 오로지 진술과 증거의 가치를 판단하는 단계임으로 각 단계에 속한 사람이 피해자인지, 목격자인지, 가해자인지에 대하여 구분하지 않습니다.

 

 


증언 신뢰성 평가

기억 왜곡과 오기억 (False Memory)

기억은 부호화, 저장, 인출의 단계를 거치며 외부 정보와 결합하여 변형됩니다. 특히 사건 발생 후 질문자가 사용하는 단어(: '충돌했다' vs '박살났다')에 따라 목격자의 기억 속 속도 추정치나 유리 파편의 유무가 달라지는 오정보 효과(Misinformation Effect)가 발생합니다.

오정보 효과란 사건이 발생된 이후 제공된 정보로 인해 일화 기억의 회상이 덜 정확해지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실제 목격자에게 질문하는 시점에서 가해자의 옷 의상을 말하면그 정보대로 따라가는 현상이라거나, 영상을 보여주고 부딪혔다.’ 혹은 반파되었다.’ 등의 말을 함에 따라 이후 새로운 기억이 생겨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로프터스의 실험 내용은 참고사항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1. 진술 일관성 (Statement Consistency)

진술 일관성이란 한 화자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혹은 서로 다른 대상에게 동일한 사실에 대해 얼마나 동일하게 말하는지를 의미합니다.

법적 관점: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신빙성 부족'으로 판단하여 증거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성범죄나 목격자 없는 사건에서 일관성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잣대가 됩니다.

심리학적 반론
망각 곡선: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부 사항(Peripheral details)부터 자연스럽게 소실됩니다. 오히려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일관된 진술은 '학습되거나 암기된 진술'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주변부 대 핵심부: 사건의 핵심(: "누군가 나를 밀었다")은 유지되더라도, 주변부 정보(: "상대방의 옷 색깔", "날씨")는 인출할 때마다 조금씩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를 '회상 부풀리기(Reminiscence)' 현상이라고 하는데, 새로운 세부 사항이 나중에 떠오르는 것 자체가 반드시 거짓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2. 진술 일상성 (Statement Probability/Commonality)

진술 일상성이란 진술된 내용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인간 행동의 법칙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있을 법한 일인가'를 따지는 것입니다.

경험칙에 의한 판단: "그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입니다.

일상성의 함정
비전형적 반응: 피해자나 목격자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Tonic Immobility, 얼어붙음 현상)에서 일반적인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에 가해자에게 웃으며 말을 걸거나, 사건 직후 평소처럼 일상 업무를 보는 행위 등입니다.

문화적/개인적 차이: 일상성의 기준은 판단 주체(판사, 검사)의 주관적 경험에 의존할 위험이 큽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트라우마 하의 인간 행동 패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겉보기에 이상해 보이는 행동이 심리학적으로는 개연성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참고사항]

오정보 효과 (Misinformation Effect)의 로프터스(Elizabeth Loftus)의 실험 내용이며, 각각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실험 내용

자동차 사고의 재구성(Reconstruction of Automobile Destruction) : 피험자들에게 접촉 사고 영상을 보여준 뒤 질문을 던집니다.

A그룹: "차들이 들이받았을(smashed) 때 속도가 어땠나요?"

B그룹: "차들이 부딪혔을(hit) 때 속도가 어땠나요?"

결과: 들이받았을 때(smashed)'라는 강한 단어를 들은 그룹은 실제보다 속도를 훨씬 높게 기억했을 뿐만 아니라, 영상에 없던 '유리 파편'을 보았다고 거짓 기억을 만들어냈습니다.

 

 

두 번째 실험 내용

쇼핑몰에서의 실종(Lost in the Mall): 피험자의 가족들과 공모하여, 피험자가 어린 시절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가 노인에게 구조되었다"는 가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결과: 피험자의 약 25%가 이 가짜 사건을 실제 자신의 기억으로 받아들였으며, 나중에는 노인의 인상착의 등 세부 사항까지 스스로 꾸며내며 확신했습니다. 이처럼 증언에 대하여 어떠한 말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 달라지게 됩니다.

 

 


종합사항

원래 이 파트는 아동파트와 같이 붙어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동과 성인이 같이 붙어 있으면 오해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분리하였습니다.

 

이 파트에선 최소 아래 세가지에 대하여 충분히 경계하여야 합니다.

1. 일관성의 역설 (Consistency Paradox) 수용

법적 관점에선 기계적 일관성에서 벗어나야합니다. 법정 심리학에서의 기계적 일관성이란 진술 시 앞뒤 맥락이나 질문의 흐름에 상관없이 똑같은 문구, 똑같은 단어, 똑같은 순서로 내용을 반복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특징적으로는 융통성 부족, 세부 사항의 고정, 감정이 배제된 상태(. 지식에 대한 증언은 배제)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부사항이 변하는 것이 위증이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사람의 경우 커대한 줄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저 방향으로 뛰어갔다라는 것을 증언할 때, 세부 사항이 조금씩 추가되는 느낌입니다. 예를들자면 A라는 사람이 저 방향으로 뛰어갔다. A라는 사람이 구두를 신고 뛰어갔다. A라는 사람이 편안한 단화와 체육복 차림으로 뛰어갔다. 등등 이러한 식으로 증언이 변하게 됩니다. 맥락은 A가 뛰어갔는건 맞으나, 어떠한 복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맥락이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기계적인 일관성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A라는 사람이 어떠한 복장을 하고 저 방향으로 뛰어갔다.’라고 증언을 반복하는걸 이야기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재생(Play)'하는 비디오테이프가 아니라, '다시 그리는(Reconstruct)' 그림과 같기 때문입니다.

 

2. 일상성의 함정과 외적 개연성의 확장

판단 주체의 주관적 '상식'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여기에서의 상식이란 정말 일반적인 상식이며, 보편적인 지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에게 무언가 상황이 일어나게 되면 비전형적인 반응이 일어나게 됩니다. . 일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난 상황이 오면 상황에 대하여 생각하고 판단하며 직접 행동에 옮기기 까지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이 과정을 해리현상 혹은 일시작 공황(얼어 붙음)등의 증상이 나오게 됩니다. 따라서 평벙한 상황의 논리가 아닌 극한 상황의 심리학적 개연성을 기준으로 진술의 일상성을 재정의하여야 합니다.

 

심리학적인 개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식' vs '심리학적 개연성'의 차이상식(일반 논리):

우선 피해자학에 대하여 무시한 상태로 설명하자면 "강도를 만났으면 즉시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갔어야지, 왜 가만히 서 있었나? 수상하다.“ 라고 이야기를 하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며, 목숨의 위협이 발생하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피해자가 극도의 공포를 느끼면 뇌가 마비되어 몸이 얼어붙는 '얼어붙음(Freezing)' 반응이나 '해리 현상'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가만히 있었던 것은이상한 게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물론 이러한 증상으로 인하여 투쟁, 도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피해자스러움을 강조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상성'을 재정의해야 할까?

우리는 보통 평온한 일상속에서 타인의 행동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범죄나 사고 같은 극한 상황은 일상이 아닙니다.

역시 피해자학에 대하여 무시한 상태로 설명하면,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기억하는데, 왜 범인의 칼 색깔을 기억 못 해? 거짓말 아냐?“라고 이야기 하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 우리 뇌는 오직 '생존'에만 집중합니다. 이를 '무기 집중 현상(Weapon Focus Effect)'이라고 하는데, 칼날 끝에만 시선이 고정되어 범인의 인상착의나 주변 환경은 아예 뇌에 입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기 집중 현상과 반대로 가해자의 외형이 매우 특이할 때도 외형 집중 현상'이 발생합니다. 외형 집중 현상이란 '주의 포착(Attentional Capture)'이나 '특이성 효과(Distinctiveness Effect)'라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이한 외형에만 시선이 꽂혀 다른 세부 정보를 놓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범인이 아주 독특한 '중세시대에서나 볼 것 같은 롤빵머리'를 하고 있었다면, 목격자는 그 머리 모양을 기억하는 데 뇌의 모든 에너지를 써버립니다. 결과적으로 '머리 모양은 생생하지만, 정작 범인의 얼굴이나 도주 경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상식적으로는 '그렇게 특이한 사람을 봤는데 얼굴을 기억 못 해?'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주의 자원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3. 상호보완적 조화

진술의 신뢰성은 '얼마나 똑같은가(일관성)''얼마나 상식적인가(일상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두 요소는 서로를 검증하는 쌍방향 필터가 되어야 합니다.

일관성을 통한 일상성의 검증: 진술 내용이 비전형적(비일상적)이라 하더라도, 핵심 요지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이는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기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상성을 통한 일관성의 검증: 진술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일관되더라도, 그것이 '무기 집중 현상'이나 '망각 곡선' 등 인간 인지의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면, 이는 오히려 조작되거나 학습된 진술임을 의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법적 판단에서는 진술의 불일치를 거짓의 증거로 보기도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망각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건의 핵심 의미인 요지(Gist)는 오래 보존되나, 세부적인 축자적(Verbatim) 정보는 빠르게 소실됩니다. 따라서 시간이 흘러도 완벽하게 일치하는 진술은 오히려 암기된 거짓일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즉. 진술의 일관성이 있냐 일상성이 있냐는에 대해서 어느 하나만 딱 잡아 판단하지 않고 이 두개를 어떻게 조화시키냐가 관권입니다.

구분

진술 일관성 (Consistency)

진술 일상성 (Probability)

초점

시간 경과에 따른 진술의 동일성

내용의 논리적 개연성 및 상식 부합 여부

평가 기준

"전에도 똑같이 말했는가?"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인가?"

심리학적 주의점

완벽한 일관성은 조작의 신호일 수 있음

'상식'이라는 이름의 편향(Bias)을 경계해야 함

이처럼 어느 한쪽을 배척하는게 아니라 상호보완관계에 있습니다.

 

 


출처

Loftus, E. F., & Palmer, J. C. (1974). Reconstruction of auto-mobile destruction: An example of the interaction between language and memory. Journal of Verbal Learning and Verbal Behavior.

Loftus, E. F., & Pickrell, J. E. (1995). The formation of false memories. Psychiatric Annals.

Ebbinghaus, H. (1885). Memory: A Contribution to Experimental Psychology.

Fisher, R. P., & Geiselman, R. E. (1992). Memory-enhancing techniques for investigative interviewing: The cognitive interview.

Loftus, E. F., Loftus, G. R., & Messo, J. (1987). Some antecedents and consequences of weapon focus. Law and Human Behavior.

Simons, D. J., & Chabris, C. F. (1999). Gorillas in our midst: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for dynamic events.

Kozlowska, K., et al. (2015). Fear and the Defense Cascade: Clinical Implications and Management.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Schuller, R. A., & Vidmar, N. (1992). Battered woman syndrome evidence in the courtroom: A review of the literature. Law and Human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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