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는 헛기침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그 교회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야겠나?"
"네. 꼭 들어야만 하겠습니다."
말끔한 정장을 입고있는 사내는 이야기를했다. 그의 모습엔 어디엔가 비정한 모습까지 엿보였다.
노부는 길게 내쉬더니 손으로 의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앉게. 이야기는 길어질걸세."
노부는 테이블 앞에 있는 종을 흔듬과 동시에 자리에 앉은 사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어떤걸 마시겠나?"
"브랜디면 됩니다."
"그런가? 알겠네. 담배는 어떻게 하겠나?"
"담배는 괜찮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노부는 성냥을 이용하여 파이브 담배에 불을 붙혔다.
그와 동시에 저택의 하인이 노부에게 다가왔고, 노부가 요청한걸 메모지에 적어 그대로 나갔다.
어색한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면 노부의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의 정리가 끝났을까를 알지 못한체 정장을 입은 사내는 그 시간을 참아냈다.
얼마나 흘렀을까 시계의 분침이 절반은 지났을 때 파이브 담배도 끝이 나버렸고, 저택의 하인이 카트에 브랜디와 같이 먹을 수 있는 과일 몇가지를 한입 크기로 잘라둔 체 가져왔다.
"고맙네. 혹시 모르니 한명만 문 밖에 세워두게."
"네"
노부가 특이한 사람이었다.
보통 모두 잠든 이 시간대에 저택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고작 한명만 깨워 두는건 이상하다고 사내는 생각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괴짜. 바보. 이 모든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건 노부였다.
"그래.... 나는 말이지...."
노부는 말을 이어갔다.
"대충 50년 전이였을거야. 1880년이였던가....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지. 카스트 에이바. 그녀와 결혼을 했던 날이었어. 구름 한점 없으 공활한 그런 날이었지. 내가 꾸미는 말을 전혀 모르는데.... 그때 아이바가 이렇게 말했던건 지금도 기억나네. '게이브, 정말 멋진 날이예요. 태양조차 우리의 사랑을 축복하기 위해 모든 구름을 없앴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저런 말을 생각했는지... 역시 내가 고른 인물이라 생각했다네."
사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녀는 혹시... 시인이였나요?"
노부는 짧은 기침을 한 후 사내의 물음에 답하였다.
"분명 남자로 태어났었으면 그러했을거야. 그 시기엔 말이지."
노부는 눈을 감으며 다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1880년 3월 25일. 교회에서 결혼을 하였네. 나도 그녀도 독실한 신도였지. 매번 일요일에 교화 미사를 가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두 친분이 있었다네."
"그때는 친분이 있었던게 당연한 일이었나요?"
"본격적으로 기계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진 모두 가까웠던게 맞다네."
노부는 목이 탄건지 하인이 가지고온 브랜디를 단숨에 들이켰다.
"음... 그때 난 정말 미인을 잡았어. 모두 나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그땐 정말 보잘것 없는 사람이었거든."
"어떻게 해서 지금은 이런집에..."
"모두 전쟁덕분이긴 한데...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군. 자네가 궁금한건 그게 아니잖나."
"...호기심이 과했나 봅니다."
사내는 노부의 말을 끝나자 앞에 있던 있던 사과를 포크로 집어 들어 베어 물었다.
그에 반해 노부는 파이브 담배에 알수 없는 마른 잎파리들을 넣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지 니잤을까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방을 가득히 채웠다.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인이 가져다둔 과일접시에 사과 한조각을 다 먹을 시간일 뿐이으니까 말이다.
"그래... 난 아주 행복한 생활을 했었다네. 아이도 낳았고, 사업도 번창하고... 처음엔 3명밖에 없던 곳이었는데, 5년이 지나자 30명을 이끌게 되었다네. 점차 성공스러운 삶을 산다는게 이런 것인가 싶었지... 그런데 그때는 말일세. 교회가 곧 의사의 역활도 했었던 시기였다네. 자내도 아마 교회에서 태어났을거야."
"저는 서쪽의 세트 교회에서 태어났었습니다."
"가까운 곳이군. 그 교회는 지금도 남아있는 유서 깊은 교회지. 나도 거기에서 살았을것을... 지금은 후회한다네."
"그건..."
"알고 있네. 내 탓이 아니라고 아내에게까지 이야기를 들었으니 말이야."
"..."
사내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은 이 이야기의 결말도 알고있다.
하지만 지금은 알면서도 이 이야기의 끝을 들어야만 한다.
"... 그래서... 어떻게 된겁니까?"
"어느 순간부터 아내는 몸을 못움직이기 시작했지. 처음엔 단순한 꾀병인지만 알았네. 뭐 그 당시에는 꽤 흔했으니까 말이야."
"꾀병이요...?"
"그래. 일부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꾀병 말일세."
"..."
"왜 그런가? 지금은 이런게 없나?"
"없...는거 같습니다."
"아쉽군."
"..."
"뭐 이게 다 옛날 이야기니까 말이야."
"..."
노부는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점점 더 심해지더니 밖에 있던 하인이 들어와 노부의 상태를 살폈다.
하인이 종을 흔들더니 여러 하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의 말엔 관심이 없어 자세히 듣진 않았지만, 행동은 그 노부를 위하는 행동이라보고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사내는 앞에 있는 브랜디를 마실 뿐이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이마를 잡아 다시 생각했다.
'분명... 도움이 안될 이야기인걸 알지만... 나는 왜 들어보려고 한걸까...'
어느정도 생각을 했을까 하인이 내개 다가와 이야기를 했다.
"조금만 쉬시면 다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겁니다. 실례를 무릎쓰고 말을 하는거지만..."
"미안하네. 나도 노부도 둘 다 시간이 없어. 이건 나를 위한것이기도 하지만, 노부를 위함을 자내도 알잖나."
하인은 눈을 질끔 감더니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실례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사내는 고개를 여러번 짧게 끄덕였다.
시계의 시침이 다른 숫자를 가르켰을 때, 노부는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다.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가장 처음에 꺼낸 이야기는 놀라웠다.
"에이바... 어디에 있나?"
"..."
옆에있던 하인이 노부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자 노부는 한숨을 쉬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못볼 모습을 보여줬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래...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아 교회. 교회까지 이야기했지."
"힘드시다면 내일 하셔도..."
"자내의 시간도 아껴야지."
노부는 다시 파이브담배에 불을 붙히기 시작했다.
아마 하인들이 노부의 파이브담배를 다시 정돈해준 모양이기도 보였다.
"나의 아내는 미인이였다네. 자내 뒤에 걸린 그 모습이지."
사내는 뒤로 돌아보지 않은채 대답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뉴스로 본적이 있으니까요."
"그런가... 난 아내가 아프자 교회로 달려가 신부를 찾았다네. 그리고 도움을 요청했지. 다행히도 그 날은 매우 맑고 밝은날이였네. 운도 좋았지. 아내를 업었을 때 마침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었거든. 난 그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네. 마차를 좀 잡아 달라고 말이지."
"마차를요...?"
"제일 빨랐으니까 말이야. 당시엔 차를 생각할 수 도 없었네. 고가였거든."
"... 그랬군요. 그래서.... 어떻게 된겁니까?"
"당시엔 의사도 믿을수가 없었네. 죽어나간 사람만 여러명이였으니까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난 그 선택을 후회한다네."
"... 그건... 그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겁니다."
"고맙네. 그래도 난 지금도 후회한다네. 처음부터 거기에 갈것을 하고 말이야. 그럼 희롱은 당하지 않았을거니까 말이야."
노부는 괴로웠는지 앞에 있는 브랜디를 연거푸 들이켰다.
사내는 오른손으로 이마와 눈을 짚었다.
끔찍한 이야기인걸 알고 있다. 이미 교회에서 어떠한 행동을 한 것인지는 알고있다.
하지만 이걸 피해자인 노부의 입에서 다시 들어야만한다. 그래야만한다.
그래야 이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이 험난한 이야기를 버티고 이야기를 해야지만 진정한 끝을 낼 수 있다.
"그때는 차라리 의사보다 교회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았다네. 적어도 경험만큼은 더 많았으니까 말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난 아내를 교회에 맡겼었네. 그때 마차는 정말 빠르게 달렸어. 30분 거리를 고작 10분만에 도착했네. 심지어 그 마부는 돈도 받지 않더군."
"돈을요...?"
"마부는 나에게 빛을 갚을 뿐이라더군. 이건 중요한게 아니니 넘어갈세"
"... 궁금하군요. 그건 없는 이야기거든요."
노은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파이브담배를 길게 들이키고 다시 뱉어내기 시작했다.
"단지 아기가 태어났을 때, 산파와 산파에게 줄 돈을 빌려줬을 뿐이야."
"...아 그러면.... 그럴 수 있죠."
"처음에는 교회의 말에 따랐네. 그래야 아내가 나을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말이야. 그러나 교회에서 준 약이 그런걸진 몰랐네."
"약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까?"
"당연하지. 무려 목사가 직접 서한까지 작성해주었네."
"혹시 우체국을 통해서...."
"당연하지. 근데 그건 이미 자내가 받아갔잖나."
"... 제 직업상 물어보는겁니다."
"힘들겠구만..."
노부는 헛기침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나의 아내는 미인이었네. 그리고 나는 상단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들릴 수 있었지. 그땐 나의 하인들에게 이야기를 해 두었다네. 목사가 오면 목사의 말대로 해주라고 말이야."
"그건 혹시 목사의..."
"맞네. 그건 목사의 요청이였어. 개인적으로 집에 오는건 말이 안된다고. 그리고 이 치료방법은 외부로 보일 수 없다고 하더군."
"... 그런가요..."
"그렇지 않으면 난 당연히 하인을 아내의 곁에 붙혀두지. 그런데 그걸 한 메이드가 어긴걸세."
"..."
"그 메이드가 어떻게 보면 은인이지."
"그렇게 몇년이나.... 된겁니까...."
"3년이네. 난 3년동안 그 목사에게 속은거야. 바보같지. 왜 목사말대로 한걸까..."
"..."
노부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앞에 있던 파이브 담배를 던지며 이야기를 했다.
그 탓에 파이브담배에 있던 재들은 흩날리고 뜨거운 연기들이 휘날렸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무려 3년이네. 난 3년동안 아무것도 몰랐네. 아내가 입을 다물고 있던게 모두 악마가 시켜서 그랬다고 그렇게 믿었네. 아내는 내가 방에 들어갈때마다 나를 보고 웃기만 하였네. 왜... 말 한마디라도 하면 내가 어찌할 수 있었을건데...!"
"알고 있잖습니까. 그건..."
"알고있네. 모두 나보고 괴짜라고 하는 수식어를. 그런 일을 당한건 아내탓이 아닌걸 알고 있네. 더러운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피해자일 뿐일세. 지켜야하지 않는가."
"... 그게 잘못됬다곤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난 나의 행동이 잘못됬다고 생각하지 않네. 다시 돌아간다 하면 그 신부를 살해했을지언정 아내를 똑같이 지켰을걸세."
"... 실례했습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분침의 숫자가 달라질동안의 적막이 흘렀다.
아마도지만 이 이야기도 끝을 달려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분명.... 메이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래.... 메이드. 그 메이드가 신부의 금기를 어겼네. 신기하지 않은가? 온지 얼마 안된 메이드가 전말을 밝혀낸걸 말이야."
"..."
"그 메이드는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었지. 그 메이드가 비명을 지르자 모두가 올라와 그 광경을 본걸세."
"..."
"신부가 신부 복장을 벗은채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을 말이야."
"..."
중간중간 브랜디를 조금씩 홀짝이면서 들었던 사내는 생각했다.
'여기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이를 속인 사람이 신앙을 땅 끝으로 내렸다고.'
'이 노부는 끝까지 그 아내를 지키고 싶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교회를 무너뜨리고 싶었다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부를 단두대에 올릴 수 있음에도 올리지 않았다고.'
"그 신부는 아내에게 시한부를 내렸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어."
"... 알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약인지는 밝혀졌는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수있는건 아니라서..."
"베이카.....쪽에선 알수 없나?"
"그는 없는 사람인걸 안잖습니까. 그저 소설속 인물입니다."
"알고있네. 가끔 생각하네. 그 사람이 실존인물이었으면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저희가 그와 비슷한 실력만 있다면..."
"아니야 괜찮아. 그저 늙은이의 넋두리일 뿐이야."
시침이 얼마나 흘렀을까
노부와 사내는 시침이 6시와 7시 사이를 가르킬동안. 분침이 4번동안 제자리를 향했을 동안 이야기를 했다.
노부의 상태가 악화됨에 따라 모든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정도 증언이면 충분했다.
사내는 이미 기록을 봤다.
기록부에는 그저 이렇게 되어있었다.
'교회의 목사는 에이바를 간음했다.'
'목사는 에이바가 유혹했다고 하였다.'
'에이바는 법정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에이바는 신성모독으로 교수대에 올랐다.'
'그걸 저 괴짜 노부는 끝까지 아내를 지켰다.'
'더러운 사람을 지켰다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지켰으나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
'그러나 교수대에 올랐을 때, 교수대에서 그 명을 달리했을 때 노부는 울고 있었다.'
노부와 이야기를 끝마치고, 사내는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국왕에게 전달했다.
노부는 시체의 살인마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이 살인죄로 교수대에 오르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가 죽인건은 아니다.
그저 묻어있는 시체를 파고 이미 죽은 시체의 영혼마저 다시 죽인거 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국왕은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건 시대가 달라진 영향도 있었다.
여성의 참정권이 늘어난 지금 이러한건 적기이기도 하였다.
노부는 괴짜다. 그러나 노부는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지금도 그 믿음은 굳건하다.
믿음은 영원한가, 아니면 한을 품고 있는가.
사내는 더 이상 알 수 없었다.
사내와 말을 한 뒤 노부는 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알 수 없을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건 그가 명예를 완전히 회복함에 따라 그의 가문은 앞으로 영원할 것임은 틀림 없다.